컨설턴T의 일기
15기 교육생이 2학기에 온지 6주가 지났고 첫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이제 다음 주부터는 새로운 프로젝트, 새로운 반, 새로운 컨설턴트를 만나게 된다.
지난 금요일은 공통 프로젝트의 마지막 날이었다. 한 교육생이 코치, 프로 그리고 나에게 편지와 함께 꽃을 선물했다. 편지에는 그간 감사했다는 메시지가 써 있었다.
내 MBTI는 T다. 그것도 꽤나 강한 T다. 이른바 T발놈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나를 로봇이라 평하기도 했다. 감정도 건조한 편이다. 특히 사람을 대할 때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원래도 T 성향이 있었고 개발자로 일하며 더 강해진 것 같다.
그래서 여기서 만나는 교육생들과도 감정적인 교류나 유대는 잘 생기지 않는다. 내 나름으로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와 비교해 훨씬 더 친밀하게 교육생을 대하는 컨설턴트도 있다. 우리 2학기 컨설턴트는 6-8주 정도의 짧은 기간을 교육생과 함께 한다. 교육생 입장에서는 2학기 동안 3명의 컨설턴트를 만나게 된다. ‘사람 경험’의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간이 짧고 프로젝트 하느라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업무 외적인 얘기를 할 시간은 별로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만나고, 떠나보내고, 또 만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적인 관계라는 게 만들어지는 건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 일을 하며 가끔 느끼는 점은 ‘나에게 남는 게 없다’라는 것이다. ‘내 결과물’이랄 게 뚜렷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개발자나 PM으로 일을 할 때는 명확히 결과물이 있었다. 코드가 있고, 문서가 있고, 제품이 있다. 그에 비해 이곳에는 명시적 성과랄 게 별로 없다. 그래서 가끔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갈 즈음 유난히 많은 교육생이 감사 편지를 주거나 메신저로 DM을 보내왔다. 이전에도 종종 있었지만 이번엔 유난히 많았다. 사실 나로서는 크게 바꾼 것은 없었다. 특별히 따뜻하게, 친근하게 대해주려 한 것도 아니고 평소와 똑같이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교육생이 써준 편지에는 이런 저런 고맙다는 얘기가 많이 있다. 내가 뭘 해준 게 있다고 이런 얘길 듣는지 조금 부끄럽게 느끼기도 한다.
앞서 남는 게 없다고 했지만 꼭 그런것만은 아닌 것 같다. 다른 게 남는다.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보람? 감동? 추억? 심리적 보상? .. 그냥, 그들의 ‘온기’가 남았다 라고 하고 싶다.
어쩌면 내 T는 따뜻한 T인 가보다.
다음 프로젝트는 구미에서 한다. 어떤 교육생들을 만나게 될까? 프로젝트를 마치고 떠날 때 따뜻한 기분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