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변화
3년 회고의 두 번째 글이다. 이번은 교육과 변화에 대해서 써볼까 한다.
- 첫 번째 글 : 나 개발자 크리에이터
교육에 대해서
부트캠프는 교육을 하는 곳이다. 나에게 교육 관련된 경험이라고는 과외 정도 말고는 전무했다. 회사에서 신입 사원이나 프로젝트의 개발자 교육을 할 때도 있었지만 일을 하기 위한 준비가 목적이지 이를 교육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교육에 대해서는 소비자로서의(그것도 거의 공교육) 경험만 있었다.
다른 분야에서 온 사람인 내가 가장 이질적으로 느꼈던 것은 교육 서비스의 사용자(교육생)가 고객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비자가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받는 사교육 형태의 교육도 있을 것이다. 즉 사용자와 고객이 일치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이곳은 아니다. 비용을 지불하는 곳은 기업이고 그들은 교육의 사용자가 아니다. 사용자는 교육생이다. 이런 차이를 느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사용자의 말이 아닌 고객의 말에 우선하게 될 때 이 차이가 가장 많이 느껴진다. 교육생들이 이런 저런 루트로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결국 수용하고 말고는 기업의 결정에 있다. 보통 내가 경험했던 소프트웨어의 현실은 고객이 사용자이고 그들의 요구는 항상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했다. 반면 이곳은 달랐다.
두 번째 큰 차이는 결과물이 명확히 없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교육의 결과물은 무형이다. 따라서 명확하지 않고 측정하기도 쉽지 않다. 교육생의 지적 발전, 실력 향상 등이 지표가 될 수 있겠으나 내가 있는 곳은 성적이나 입시를 목표로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측정하기 어렵다. 이곳의 경우 취업률이 지표가 될 수 있겠지만 이는 내가 직접적으로 하는 일은 아니며, 취업이라는 것이 시장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고 너무 다양한 케이스가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보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취업률을 자랑하는 어느 대학교의 과장 광고처럼 말이다. 내가 만든 교육 자료 같은 것은 교육의 결과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자료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사용자에게 큰 도움이 안 되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교육의 방향에 대한 고민이다. 한 마디로 하자면 ‘교육이 목적지향적이어도 되는가?’ 이다. 비유를 하자면 ‘초-중-고 교육은 대학 입시를 위한 것이다.’ 라고 볼 수 있는가와 같은 고민이다. 내가 가진 생각은 ‘그래선 안 되지 않나?’이다. 내 성격이 이상주의적인 것도 있고, 현실을 고려하면 그 부분도 포기할 수 없긴 하지만 말이다. 소수의 성공한 사람과 대다수의 실패자를 만드는 것이 교육의 방향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식의 전달과 교육생의 성장, 상향평준화 같은 것이 더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공교육이라면 맞을 수 있겠으나 사교육이나 사업으로서 하는 교육이라면 어느 정도 양보를 해야 하는 것 같다. 사업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성과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곳에 와서 초반에 이런 고민이 많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균형을 잡아가는 것 같다. 잘 하는 교육생들은 북돋아서 성과를 낼 수 있게 해주고, 아직 부족한 교육생들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사람 대 사람의 일이다 보니 맞춤형으로 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답이다.
변화
이곳에 들어오는 교육생의 나이는 정해져 있다. 입과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해가 갈수록 나는 나이가 들어간다. 즉 나에게는 상대적으로 점점 ‘어린’ 교육생들이 들어오는 것이다. 현상도 원인도 명확히 말하긴 힘들지만 교육생들이 변해가고 있다. 이곳으로 옮기고 나서 초반에는 ‘요즘 20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여러 세대론 책을 찾아보기도 했었다. 어느 정도 맞는 말도 있지만 지금 내가 내린 결론은 변하고 빠르게 변한다, 개성적인 친구들이 늘어난다 정도이다. 그래도 취업, 배움, 도전 등을 위해서 오는 곳이다 보니 미디어를 통해 보는 젊은 세대들 보다는 긍정적인 부분이 많이 보인다. 열정도 높고 실력도 좋으면서 태도 또한 좋은 친구들도 많기 때문이다. 내가 이 나이 때는 훨씬 나이브했던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할 때도 많았다.
다음으로는 생성형 AI로 인한 변화다. 이곳에 와서 1년 즈음이 되어 가던 때 GPT(정확히는 ChatGPT)가 나왔다. 당시에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이대로 개발자는 끝인가 라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2년 반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어느 정도 한계도 알게 되었고 그저 잘 쓰면 좋은, 앞으로의 트렌드를 이끌 하나의 기술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반에서 가볍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ChatGPT 이후로 개발을 시작한 사람?” 약 절반 정도가 손을 들었다. 이미 세상은 바뀐 것이다. 새로 세상에 나올 개발자 중 상당수는 GPT 이후 개발을 시작한 사람들이 된 것이다. 이로 인해서 개발자 일자리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내 생각은 2020년 코로나 때 까지가 상당히 붐이었던 것이고 그 때만큼 활황은 아닌 상황인 것이다. 기술 변화로 인한 충격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경제 상황도 좋지 않은 것 또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GPT 이전에도 개발자의 일은 코드를 작성하는 것만 있지 않았다. 개발자의 일은 소프트웨어로 사용자에게 가치를 전하는 것이다. 코드를 만드는 것은 그 과정의 수단일 뿐이고 일부분일 뿐이다. 지금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 개발자의 역할은 변화하고 있다.
- 세상은 더 많은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한다.
- 아직 개발자가 할 일이 많다.
기술이 더 발전해서 개발자를 대체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가 온다면 안전한 직종이 있기는 할까? 사무직은 있을까? 연구직은? 의사나 변호사는? 기자는? 마케터는? 이렇게 되지 않을까? 이 모든 것을 자동화하고, 개발자는 사라졌습니다. The end. 지금의 생각은 이렇다.
또 다른 변화로는 코로나가 있다. 여기서 일을 시작한 2022년 초에는 아직 코로나가 한창이었다. 당시에는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컴퓨터를 켜고 화상회의에 접속하는 걸로 하루를 시작했었다. 다음 기수인 2022년 여름에는 코로나가 약해지기도 했고 백신도 많이 맞았기 때문인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으로 했었다. 5일 중 이틀 나오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하고. 그해 말부터는 아예 오프라인으로 전환되었다. 첫 시작이 온라인으로 모니터상으로만 교육생을 접하다가 직접 대면으로 만나려고 하니 상당히 부담이 됐다. 하루 종일 강의실에서 같이 있어야 한다고? 부담이 안 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여러 지역에 캠퍼스가 있는 이곳 상황상 다른 지역에서 장기간 머물러야 하는 이슈도 있었다. 평생 출장이라곤 가본 적 없는 나에게 이 또한 큰 부담이었다. 교육생 입장에서도 여러 케이스가 생겼었다. 사는 곳과 캠퍼스가 다른 경우가 꽤 있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집을 구하거나 출퇴근을 한다고 고생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어느 쪽이 더 좋은가? 라고 하면 개인적으로는 온라인이 더 좋다고 말하고 싶다. 편하기 때문이다. 반면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오프라인이 맞다고 생각한다. 사실 반에 교육생과 함께 있으면 뭔가에 집중하기 어렵다. 온라인으로 할 때는 교육 준비를 하는 게 훨씬 수월했다. 하지만 오프라인이 되고 나서는 교육생들이 떠나고 나서야 집중을 하고 뭔가 만들 수 있게 된다. 오프라인이 더 좋은 부분도 분명 있다. 오프라인의 미팅은 그 밀도가 온라인과 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일 때는 종종 원치 않게(?) 알게 되는 부분도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아주 사이가 좋거나(연애?) 반대로 아주 안 좋은 경우… 끝으로 교육생과도 쉽게 친밀해지고 정을 쌓아가는 것은 오프라인의 큰 강점이다.
마지막 변화는 이제 시작되고 있는 변화이며 그것은 AI와 교육이다. 교육에도 GPT가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GPT는 개발자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종종 자조섞인 말로 GPT 주도 개발이라는 말도 한다. GPT가 만든 코드를 그대로 복붙한 다음에 안 돌아간다고 나에게 가져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잘 모르는 API를 사용하는 코드가 나왔음에도 공식 문서도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무지성 코딩이라 할 수 있을텐데 이런 경우에는 뭐라고 타이르기도 한다. “아무리 코딩은 GPT가 한다고 해도 뭔지는 알고 쓰자”.
선생도 GPT로 과제를 내고 학생도 GPT로 과제를 하는 웃지 못할 일도 생기는 것 같다. 이럴거면 과제를 왜 하는거지? 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교육 전문가가 아닌 입장에서는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바뀔 것이라는 점 뿐이다. 이곳에서는 재빠르게 AI 관련 교육 과정을 늘리는 것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 그걸로 될까? 아닐 것 같다. 훨씬 더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게 될 것이다. 이 변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또 개발자들이 많은 역할을 맡게 되지 않을까?